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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나누다 | ‘통일 에세이’ 당선작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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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1-24 23:20 조회98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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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을 나누다 | ‘통일 에세이’ 당선작②

기억해야만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학교에서 배웠는지 친구에게서 익혔는지 저녁시간 내내 아이는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 하거늘 이제 고작 여덟 살. 초등학교에 갓 입학 한 막둥이 아들의 앵두처럼 자그마한 입술에서 나오는 노랫소리에 감탄을 놓지 못 한다. 서글픈 가사말의 의미조차 잠시 잊은 채로 꾀꼬리 보다 더 곱게만 들리는 아들의 노래를 지긋이 눈을 감고 감상했다.

“엄마! 근데 6.25는 머야? 그리고 통일은 왜 해야 해? 지금도 우리나라는 잘 살잖아. 난 북한은 이상하게 무섭단 말이야…….”

느닷없는 아이의 질문에 가슴이 턱 막힌다. 학창시절 선생님께 배웠던 내용을 알음알음 떠 올려 보며 서적이며 영화 그리고 언론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머릿속으로 그려가며 설명을 해 보려 해도 쉽지가 않은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고, 짧지 않은 마흔 해를 살아오면서도 우리나라가 지구상의 마지막 분단국가라는 사실조차 그제야 떠 올리고 말았던 못난 엄마는 대답을 미루고 말았다. 허리가 둘로 잘려 나간 이 땅의 애통한 현실을 또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어찌 알려 줘야 할까? 하얗게 밤을 지새우다 결국 떠 올려 낸 것은 용산 전쟁기념관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였다. ‘그래, 아이에겐 엄마의 미비한 설명보다는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도움이 될 거야’하며 다가오는 주말을 아이와 함께 손꼽아 기다렸다.

11월의 마지막 주말. 지하철에 오르고 버스를 갈아타고, 고작 30분이 넘을까한 지척의 거리에 전쟁기념관을 두고도 이번이 첫 걸음이라니 무심하기 그지없다. 맑은 물과 아름드리나무들이 호위하고 있는 전쟁기념관에 들어서자 괜스레 긴장감이 온 몸을 휘휘 감싸온다.

전시실 입구의 좌ㆍ우측 벽면에는 작가 박석원의 작품이라는 부조가 자리하고 있다. 기하학적인 예술작품이라 그 깊은 뜻과 내용을 한눈에 판단하기는 힘들었지만 경건한 마음이 들어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동선을 따라 간 2층 중앙 홀에는 을지문덕, 김유신, 계백, 최영, 강감찬, 윤관, 서희, 이순신, 김종서, 권율, 곽재우, 조헌, 이강년, 김좌진, 유인석, 신돌석, 홍범도, 지청천, 강우규,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등 스물 두 분의 흉상이 자리하고 있다. 시대를 초월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위인들의 모습에서 아이와 나는 가볍게 목례하였다. 위인전에서 교과서에서 익히 보아왔던 분들이지만 실로 흉상을 보고 나니 그분들의 업적과 살신성인의 의지들이 더욱 가슴 깊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전쟁역사실에는 선사시대부터 대한제국까지의 전쟁 유물과 그림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유구한 우리의 역사만큼이나 오래 된 전쟁의 아픔들이 되살아 난 듯 유물 하나하나가 날이 선 칼날처럼 가슴을 베어왔다.

고작 여덟 살 박이 아들이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이기에 속히 알려 주자 결심하였던 6.25전쟁. 1950년 6월 25일 새벽. 그 통탄의 순간들과 조우하기 위해 6.25 전쟁실에 들어선다. 전쟁을 겪어 보지 못한 세대이기에 나도 내 아이처럼 하나를 보고 단 하나라도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하며 발걸음을 늦추어 본다. 60여 년 전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란 비극은 문서류, 디오라마, 모형, 영상 등으로 세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아! 이럴 수가. 도대체 어떻게…….

쉴 새 없이 탄식이 터져 나왔다. 내가 배운 것보다 내가 알고 있던 것 보다 더욱 어둡고 암울했던 6.25 전쟁의 역사를 마주하니 갑작스레 목이 메어 온다. 육탄 10용사상이나 방망이 수류탄등 한 번도 보지 못한 여러 가지 전쟁 물품을 보고는 신기해하던 아이가 피난민 행렬 디오라마나 피난 학교생활 디오라마 등 생생한 디오라마를 보더니 끝내 눈가에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왜? 왜? 왜? 전쟁을 왜 했어? 다 도망 다니고 학교도 못가면 어떻게 살아요?”

벌써 60년이 지난 6.25지만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TV에서만 봐오던 빈민국의 아이들처럼 움막 속에서 공부하는 모습이 아이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온 듯 싶었다. 그 탓을 북한도 남한도 아닌 어른의 탓으로 여겼는지 엄마에게 되묻고 원망하느라 정신이 없는 듯 했다. 그 시대를 살았단 이유만으로 무력 앞에 희생당한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울다가 멈추고 잔인하고 사악한 전쟁의 모습에 놀라서 멈칫 하느라 6.25 전쟁실에서 우리는 한참을 헤맸다.

보고 또 보아도 익숙해질 것 같지 않은 전쟁의 소용돌이를 힘없는 걸음으로 빠져 나와 해외파병실로 향한다. 해외파병이 통일신라시대 때부터 시작 되었다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시대와 국가는 달라도 국제평화유지는 물론 국위를 선양하고자 하는 선한 마음은 같은 것만 같아 다행스럽다. 국군발전실에 들어서서야 아이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빠가 할아버지가 때때로 말씀하셨기에 그리고 TV를 통해서도 자주 보았기에 육해공군과 해병대의 무기, 잠수함 전투기 등을 흥미롭게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방상장비실. 대형장비실에서 우리 기술로 생산되는 우수한 방산장비를 보고 나서야 전시실을 빠져 나왔다.

‘통일을 왜 해야 하나요? 6.25 전쟁을 왜 했나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우둔한 대답조차 하지 못한 나였었다. 뻔한 핑계라도 대라고 한다면 국가의 발전과 위상을 위해 남북 간의 경제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대국이 되기 위해 통일이 필요하다고 하기에 아이는 아직 어렸고, 이산가족의 만 갈래 천 갈래 찢어지는 가슴을 대변하며 인도주의적 차원에서라도 말하면 북한에 두고 온 친척은커녕 사돈에 팔촌에 친구도 있을 리 만무한 아이는 도저히 이해하기에 힘들어 보였기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6.25 전쟁이나 통일이란 단어조차 생각지도 못한 채 살아온 날이 부지기 수였거늘 피로 물 들은 뼈아픈 전쟁을 아이에게 가슴속으로 알려 주고 통일의 당위성을 어찌 가르쳐 줄 수 있었을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엄마라 할지라도 그것은 너무도 뻔뻔스런 일이라 감히 생각지도 못하였다. 6.25 전쟁이라는 주홍글씨보다 선명한 상처의 조각들을 전쟁기념관에서 돌아보고 난 뒤에야 어렴풋이 깨달아 본다. 비단 역사로 남은 전쟁이 아니라 여전히 현실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아픔을 가슴 깊이 느껴 본다. 호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과 무고한 이들의 더 무고한 죽음 앞에 머리를 조아리며 묵념하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더 이상은 늦지 말자’ 입술을 꾸욱 깨물어 본다. 끝나지 않은 고통과 통한의 시절들을 역사로 남겨 주기에 우리의 아이들은 아직 너무도 여리고 곱다. 6.25 전쟁을 되새기고 돌아보는 작은 관심, 통일을 위한 염원과 기도가 우리의 마음속에 불씨가 되어 자라난다면 적어도 우리의 아이들은 좀 더 밝고 푸른 세상에서 살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적어도 전쟁 없는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아 갈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용기를 내 아이에게 조용히 말을 걸어본다.

“통일은 말이야. 우선 6.25 같은 나쁘고 아픈 전쟁이 생기지 않으려면 꼭 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말이야…….”
엄마의 무거운 음성에 아이는 오히려 밝게 웃으며 엄마의 말을 빼앗는다.
“응! 엄마! 나도 알겠어. 타임머신이 있으면 6.25 전쟁 전으로 돌아가서 안 싸웠으면 좋겠다.”
아!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나 또한 아이처럼 60여 년 전으로 흘러 가 전쟁의 작은 씨앗마저도 다 거두어 오고 싶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약속이나 한 듯 아이와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입을 맞추어 노래를 부른다.

6.25 전쟁. 정녕 되돌릴 수 없기에 우리는 기억하기로 했다. 전쟁이란 비극을 아이들에게 다시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국전쟁이란 역사를 가슴속에서 현실 속에서 돌아보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들의 값진 희생이 역사가 아닌 현실 속에서 되살아나 본디 찬란한 그 빛을 세상에 드리울 수 있도록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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