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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꿈꾸다 | 좌충우돌 남한적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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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1-07 19:57 조회1,06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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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먹고 세배하러 다니는 북한의 설날

저희, 돈 벌려고 세배하러 다니는 거 아니에요
남한에서는 1월 1일이 되면 일출을 보기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 명절이라기 보다는 새해 첫날이라고 여기기 때문. 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에게 이날은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이 유독 많이 생각나는 명절이다.

북에서 온 60대 아주머니에게 신정 때 뭐 하시냐고 물었더니 “신정이 뭐야?”하고 묻는다. 양력설이라고 말했더니 “아~” 하신다.
“있는 사람들은 명절을 쇠고 없는 사람들은 못 쇠고 그래. 언제부턴가 음력설을 더 크게 쇠라해서 3일을 쉬어주는데, 명절도 잘 먹고 놀아야 명절이지. 한때는 록화기 켜놓고 마을에서 춤추고 놀았는데, 그것도 싹다 없애치우라고 해서 못 놀게 해. 명절 때마다 행사복 입고 김일성 동상 그런 데 가서 꽃다발 증정식같은 걸 했지.”
물론 북한에도 일가 친척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는 전통은 남아있다. 그런데 아주머니와 20대 남자 대학생이 생각하는 ‘세배’가 달랐다.

“애들이 요즘 들어서는 진실로 세배하는 게 아니라 가까운 사람들 찾아다니며 돈 벌러 다녀. 이제는 돈맛을 알아가지고”라며 혀를 끌끌 찬 반면, 20대 북한이탈 대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른들 계신 집에 술 한 병 가져가고 같이 음식 나눠 먹어요. 애들이 세배는 하지만 세뱃돈은 안 받았어요. 저희 동네는 돈 주고 그런 게 없었어요.”

아마 지역적인 차이일 수도 있다. 명절 때 주로 뭘 하고 노는지 묻자 그 학생은 “북한의 겨울은 워낙 추워서 사람들이 밖에 잘 안 나가요. 윳놀이 정도나 하고 TV를 주로 봐요”라고 답한다. 남한에서 ‘나홀로 집에’나 ‘취권’과 같은 영화가 줄창 나오던 것처럼 북한에서도 명절에는 영화나 공연 등 재미있는 TV프로그램을 방영한다고.
입맛도 세대차! 20대는 “삼겹살이 젤로 맛있어요”
20대 학생들과 60대 아주머니의 세대차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 특히 음식과 군대에 대한 생각이 확연하게 달랐다. 먼저 남학생의 이야기.

“남한에 처음 왔을 때 삼겹살이 정말 맛있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주로 고기를 삶아서 국에 넣어 먹거나 보쌈으로 먹거든요. 지금은 삼겹살이 북한에도 있다고 들었어요. 참, 그리고 피자나 햄버거는 처음부터 맛있더라고요. 와서 1년 동안은 피자 엄청 먹었어요.”

남한의 음식이 대체로 너무 달아서 처음에는 적응하느라 힘들었다지만 역시 젊은이들 입맛이 다르긴 다른 모양이다. 반면 60대 아주머니가 꼽은 남한 최고의 맛은 바로 부산의 돼지국밥이었다.

“부산에 갔다가 먹어봤는데 그건 내 입에 맞더라고. 그 외에는 냉면이고 밀면이고 그(북한) 맛이 안나.”

부산 돼지국밥이 피란민들의 음식에서 유래해선지 북한음식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얼마 전 김장도 돼지고기 김치와 임연수 김치를 따로따로 담았다는 아주머니. 비리지 않는 지 물었더니 “하나도 안 비려. 예전에는 명태 안 넣으면 김장도 못했는데, 요샌 명태 값이 사람값보다 더 비싼 것 같아”라고 말한다.

군대의 경우 20대 대학생들은 ‘당연히 가는 곳, 이왕이면 일찍 가는 곳’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토대가 좋고 돈이 많은 일고등(제일고등학교=좋은학교) 애들만 대학에 가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군대를 가요. 몸에 문제가 없고 토대가 걸리지 않는 한 다 가지요.” 
군대를 회피하는 사람도 있지 않냐고 물었더니 “군대 안가면 좀 찌질하다고 본다”고. 
“한꺼번에 졸업생이 쏟아지기 때문에 3월 중순에서 4월초 까지 4차례에 걸쳐 나눠서 가는데, 애들이 많다 보니까 1차로 못가면 혹시 못가는 거 아닐까 걱정하는 애들도 있어요.”

그들은 군대에 가면 입당을 할 수 있고, 간부가 되려면 군대 가야하기 때문에 군대는 출세를 위한 기본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부모들의 마음은 좀 다른 것 같았다.

“군대 계급 쪽은 줄을 서야 해. 얼마나 뢰물 작전 하는지 몰라.”
토대가 좋은 사람들은 보위사령부로 보내고 그렇지 못한 집의 자녀들은 위험한 건설현장에 보내기도 했다고. 그렇다면 북한에서 주로 통용되는 ‘뢰물’은 뭘까? 바로 술이다.

“주민들이 먹는 농택이(강냉이로 만든 술)는 택도 안 돼. 빈지미 술을 많이 뢰물로 쓰는데 네꾸다이 씨았나 안씨았나(넥타이 씌웠나 안씌웠나)이걸로 고급술인지 아닌지 판단하거든.”

아마 겉에 씌운 비닐 포장에 따라서 술의 값어치를 판단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중국에서 온 ‘빼주(바이주)’도 ‘뢰물’로 많이 쓰이는데 어떤 보안원들은 향내가 나서 싫어하기도 한다고.
눈물 없는 그 나라를 찾아서 가자
북한이탈 학생들 상당수는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북한에서는 2000년 전까지는 대부분 러시아어를 제2외국어로 배웠기 때문.

“중학교 1학년 때 러시아어를 배우다가 갑자기 영어반으로 바꿔버리더라고요. 러시아어 선생님이 영어를 가르치러 들어와서 당황했어요.”

그런데 커리큘럼이 재미있다. 
“남한처럼 자세히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알파벳이나 발음기호 배와주는 수준이에요. 제일 처음 배왔던 건 체제 찬양 문구고요.”
전쟁이 일어났을 때 쓸 수 있는 영어도 배웠다고 한다. 
“핸즈 업(손 들어)! 이런 거 있잖아요.”

마찬가지로 러시아어만 하다가 한국에 왔다는 한 북한이탈 여대생은 한국에서 대입시험을 준비할 때 영어를 가르쳐준 자원봉사 교사들이 고마웠다고 말한다.

“북한에선 먹고 살기 어렵고 삶이 팍팍하니까 남을 위해 살 수가 없어요. 제가 1990년생이잖아요. 북한에 승냥이와 여우만 남았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악만 남았거든요.”

그녀는 자본주의 사회도 돈을 벌어야 사는 세상이니까 (개인주의가) 더 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돈을 써가면서 남을 위하고 누군가를 돕는다는 게 고마웠다고 한다. 

미술, 수학, 화학 과목을 거쳐 음악수업 이야기에 이르렀다. 북한에서는 음악시간에 무슨 노래를 배우는지 궁금했다. 가곡은 없고 체제 찬양가나 동요나 민요 등을 배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반월가(반달)의 한 대목을 들려준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이런 거요.”

그런데 문득 60대 아주머니가 김혁의 작품이라며 들려준 시구(詩句)가 생각났다. 이 역시 체제 찬양이 목적이지만 정치색을 다 걷어내고 들으면 꽤 센치해진다.

“시냇가에 우거진 풀을 뜯어서 / 곱게 곱게 작은 배 꾸며가지고 / 굶주리고 헐벗은 이 모두 싣고서 / 눈물 없는 그 나라를 찾아서 가자 / 복선이 너도 순복이 너도 / 눈물 없는 그 나라를 찾아서 가자.”

은하수에 떠가는 옥토끼의 배를 타고 왔든, 풀을 뜯어 꾸민 작은 배를 타고 왔든 어렵게 이곳으로 건너온 학생들, 어르신들에게 이 나라가 정말 ‘눈물 없는 나라’가 되어 반드시 밝게 웃으며 잘 살았으면 좋겠다.

<글. 기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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